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배터리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애플의 성능 조작 사태는 이달 중순 한 온라인 게시판에 기기 속도가 느려졌다는 사용자들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같은 지적이 줄을 잇자 애플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애플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아이폰6와 아이폰6s, 아이폰SE 등이 갑자기 종료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전력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잔량이 적거나 추운 곳에 있을 경우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어 예기치 않게 기기가 꺼질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기기가 스스로 꺼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시스템 구성 요소의 최대 성능을 관리하도록 업데이트를 했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하면 아이폰의 성능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애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애플은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애플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구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아이폰의 성능을 관리하는 방법과 우리가 그 과정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을 들었다"며 "일부 고객은 애플이 실망을 시켰다고 느끼고 있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제품 판매를 위해 일부러 성능을 떨어뜨린 것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애플은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었기 때문에 명확히 알려드리고 싶었다"며 "아이폰의 수명을 의도적으로 단축하거나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 환경을 악화하는 일은 절대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 사용자에 대해 대체 배터리 가격을 79 달러에서 29 달러로 인하해 교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향후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때 아이폰 사용자가 배터리의 상태를 더 잘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배터리 상태가 기기 성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과로 논란이 완전히 종결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아이폰 속도 저하에 대한 소송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 등지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26일까지 미 각지 법원에서 모두 9건의 소송이 접수됐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는 애플을 상대로 한 9999억9999만9000달러(약 1072조원) 규모의 소송이 제기됐다. 이는 애플 시가총액인 8757억 달러보다 1000억 달러 이상 많은 금액이다.
프랑스의 한 소비자단체는 애플이 '계획된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법을 위반했다며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는 소비자와 환경 보호를 이유로 기기에 대한 의도적 노후화를 금지하고 있다. 법을 위반할 경우 경영진은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고, 벌금은 최대 30만유로(약 4억원) 또는 매출액의 5%까지 부과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집단소송이 준비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가 추진 중인 '아이폰 성능 저하 집단소송' 참여 희망자는 접수 개시 이틀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한누리 측은 고객들이 입은 피해에 비해 애플의 보상 규모가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법적 조치를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이다.